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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 풀리다

문수산 아래 2010. 9. 14. 00:28

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 풀리다! [제 1200 호/2010-09-13]
#1. 1925년 4월 18일, 일본의 화물선 ‘리히후쿠마루호’가 함부르크로 향하던 중 버뮤다 섬 근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의 선원들의 시체는커녕 선체의 파편조차 찾지 못했다.

#2. 1945년 12월 5일, 미국 로더데일 공군기지에서 해군 폭격기 5대가 비행훈련에 나섰다. 하지만 2시간여 만에 폭격기 5대와 승무원 14명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뿐만 아니라 사라진 비행기를 찾기 위해 나선 다른 비행기들도 똑같이 행방불명됐다.

#3. 1973년, 2만톤급의 노르웨이 화물선 아니타호가 선원 32명과 함께 사라졌다.

이 사건들은 미스터리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모두 ‘버뮤다 삼각지대(Bermuda Triangle)’라는 동일한 장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버뮤다 삼각지대는 미국 남부에 위치한 플로리다 해협과 버뮤다섬, 푸에르토리코(혹은 아조레스 제도)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을 가리킨다. 지난 500년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선박과 항공기 실종 사고는 수백 건에 이르지만,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 실종 사건으로 기록되어 왔다.

‘마의 삼각지대(Devils Triangle)’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해역은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국의 유명한 한 예언가는 버뮤다 삼각지대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아틀란티스 대륙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자리이고, 당시 뛰어난 과학기술로 개발된 에너지 발생장치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어 물체를 소멸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설, 4차원 공간이라는 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등장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영화나 소설, 만화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실종사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그 중 ‘지구 자기장 변화설’은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지구 자기장이 20~25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자기적인 지진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설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 중심부에 존재하는 액체와 비슷한 상태의 물질(철, 니켈)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자기장이 불안정한 지역이어서 자기적인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 주위를 지나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적인 지진은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대비책을 세울 수도 없다. 어느 정도 그럴듯한 가설이었지만,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사건의 주범이 심해저의 메탄층이라는 의견도 등장했다. 1998년 지구의 구조와 진화를 밝혀내기 위해 전세계 과학자들과 연구기관이 모여 심해굴착계획(Ocean Drilling Program, ODP)사업에 착수했는데, 버뮤다 심해저에 메탄하이드레이트 층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사업에 참가했던 미국 석유화학회사 엑슨모빌의 리처드 맥클버 박사는 이 지역의 하이드레이트 층이 갑자기 붕괴된다면 가스가 포함된 저밀도의 진흙이 분출되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오늘날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에너지원으로, 심해저의 저온과 고압 상태에서 메탄가스가 물과 결합해 형성된 얼음모양의 고체 결정이다.

2001년, 미국 해군대학원의 브루스 디나르도 교수도 이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디나르도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물속에 많은 기포가 생기면 물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 위에 떠 있던 물체가 갑자기 가라앉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4L 들이 유리 비커에 물을 채우고, 바닥에서 공기를 다양한 속도로 뿜었다. 그리고 물 위에 물과 공기를 채운 금속공을 떨어뜨려 그 금속공이 얼마나 쉽게 가라앉는지를 살펴봤다. 이 금속공은 떠오르는 기포가 없을 때는 물 위에 겨우 떠 있었지만, 기포를 뿜어주자 곧 가라앉았다.

이 결과로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가 메탄가스 기포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여전히 확실한 증거로 자리매김하진 못했다. 그 이후에도 연구는 계속되었고, 드디어 2010년 8월, ‘버뮤다 미스터리’의 베일이 벗겨졌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모내시 대학의 조세프 모니건 교수가 ‘미국물리학저널’ 에 버뮤다 삼각지대의 선박·항공기 실종 원인은 메탄가스로 인한 자연현상 때문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모니건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해저의 갈라진 틈에서 거대한 메탄거품이 대량으로 발생한다면, 수면으로 상승하면서 사방으로 팽창하는 거대한 메탄거품이 생길 것이다. 어떠한 선박이라도 이 메탄거품에 붙잡히면 즉시 부력을 잃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선박이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선박의 무게보다 물에 뜨려는 힘인 ‘부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탄거품에 의해 부력을 잃게 된다면, 선박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하게 된다.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 실종사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거품의 크기와 밀도가 충분히 크다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발생해 하늘에 떠 있는 항공기를 순식간에 덮칠 수 있다. 이때 항공기 엔진에 불이 붙어 추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메탄거품은 언제 발생하는 것일까? 메탄거품의 발생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선박이나 항공기가 실종되는 원인은 밝혔지만 메탄거품의 발생 시기나 빈도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까지 연구 과제로 남아 있다. 이렇듯 자연현상 자체가 인간에게는 거대한 미스터리지만,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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