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계절 4월
16일 내일은 인숙이 귀빠진 날.
4월생은 머리가 좋대.
1970년 여름 초등학교 6학년 꼬맹이로 처음 만난 인숙이의 첫 인상이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다.
전학 온 나를 소개하던 선생님 앞에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얌전히 서 있었을 내게 꽂혔던
60명이 넘는 아이들의 호기심에 찬 눈망울 속에 인숙이의 두 눈도 있었겠지?
집이 내가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있어서 차츰 친해진 마르고 키가 컸던 단발머리 아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인숙이의 어린시절 모습이다.
중학교를 같이 가고 고등학교 3년은 내내 같은 반이어서 매일 보고
중학교때부터 같은 미술반이어서 수업이 끝나서 집에 가는 마지막 시간까지도 함께 하던 친구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러구 놀아 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나
이렇게 놀아 본 적도 없어서 내가 스포츠 댄스를 좋아하셨던 아버지 유전인자를 받아서
춤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하는 친구.
단 한번도 이렇게 얼굴 붉혀 본 적 없이 함께 지낸 시간이 40년.
비록
이런 사이는 아니지만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긴 시간......
지나놓고 보니 아무일도 없었던듯 늘 같은 자리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었던 인숙이.
근데 최근들어 집에 들어와서 던져 놓았다는 지갑을 종일 찾는 일도 잦고,
플라스틱 전기포트를 개스렌지에 얹어놨다가 녹아서 불 낼 뻔 했다고 하질않나,
전기장판 코드 꽂아 놓고 외출했다가 따뜻해졌어야 할 전기장판이 차가운 걸 느끼고야
외출했던 세 시간 동안 전기장판이 아닌 다리미 코드가 꽂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는 인숙이.
제발날 이렇게 놀래키지 말아줘.
라고들 하는데 신출귀몰하던 홍씨 집안 길동이 아저씨하고 종씨도 아니면서
성구기 말처럼 럭비공같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우찬이 아빠 말씀대로 부부가 역마살이 있는건지 집보다 나가 자는 일이 더 많아보일만큼
바쁜 네 일상이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아무리 정신없어도 날 잊는 일은 없을테니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더라도 우리 잡고 있는 손 놓는 일 없겠지?
있잖아......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정숙이랑 의주 생일상에 술 없었다구 투정을 부린 용규때문에 술을 종류별로 다 준비했고
심지어 요렇게 꽂아도 놨으니까 일단 용규부터 한 잔 주는데 인숙아!
너두 나두 술 취한 남자는 감당이 안되잖니.
그렇다구 취한 친구 버릴수도 없으니까 저~얼~대~루
이런 상태가 되도록 주지는 마.
날씬한 걸 보니 용규는 아닌 것 같지?
생일 cake은 맘에 드는 예쁜걸루 골라서 친구들하고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나눠 먹고......
40년 동안 이렇게 성대히 축하해보긴 첨이다. 그치?
40년지기 특별한 친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생일 축하해 ! ! !
안해 본 사람들은 잘모르겠지만 나...... 이거 꾸미느라고 무지 애썼고
영정 사진 찍어 줄 엄작가 생일인데 한마디 감축인사도 없이
요렇게 들여다보기만하고 그냥 가는 사람 없겠지만 혹시 있음 내가......
* P.S. ; 나...... 최선을 다 했다.
이런 생일은 나와 40년을 함께 하는 친구는 누구든 받을 수 있으니까
박성국!
37년 후. 너도 나도 이 세상에 존재 한다면 너도 이렇게 축하해 줄께.
은근 내 생일에도...... 하며 기대하는 사람이 생길까봐
나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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