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259> 청송 해월봉·구리봉 |
'청송 얼음골' 숨어 있는 기암절경 청정 계곡 |
이재희 기자 ![]() |
산은 스스로를 편 가르지 않으나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때묻지 않은 청정 물길이어서 이름도 '옥구슬물길'인 옥계계곡을 품고 있는 경북 청송 해월봉(610m)과 구리봉(595m)을 다녀왔다. 영덕 달산면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영덕이란 지명을 앞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행정구역상 두 봉우리는 청송 부동면에 속해 있다.
인간세상의 복잡한 구분법은 산 아래 서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무색해진다. 산은 경계도 구분도 없이 능선에 봉우리를 세웠고, 그 사이 골짜기를 새겨 맑은 물을 흘러내리고 있다. 기암절벽과 너덜겅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이상기후를 만들었는데 이른바 얼음골이다. 밀양에만 얼음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송에도 얼음골이 있다.
서로 오백 미터 떨어져 있는 해월봉과 구리봉 산행은 청송 얼음골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돌탑~해월봉~구리봉~원구리 갈림길~도등기 갈림길~456봉~조교~옥녀봉~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 8.5㎞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A코스라 하자.
B코스는 도등기 갈림길에서 진흥사로 내려서는 코스이고, 짧게 얼음골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C코스는 원구리 갈림길에서 바로 얼음골로 내려가는 코스다. C코스는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해 가족 산행지로도 좋다.
청송 얼음골은 옥계계곡 상류에 있다. 얼음골 바로 옆에는 높이 62m의 인공폭포가 장쾌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청송군에서 지난 1999년 만든 것인데 2011년 세계빙벽등반대회를 연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비록 인공의 것이지만,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얼음골 주차장 건너편에는 석빙고 속에서 얼음골 약수가 콸콸 쏟아진다. 출입이 금지된 약수터 뒤편 계곡이 얼음골이다. 냉장고 속에 들어온 양 시원하다. 섭씨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데 관리인이 들춰 준 낙엽 밑에는 이미 살얼음이 끼었다. 물 한 병 가득 담아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장 해월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만든 목책을 벗 삼아 3분쯤 걷다가 능선에 붙는다.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의 최고 봉우리인 해월봉이 첫 목표지점이다 보니 오르막이 간단치 않다. 1.5㎞인데 50분을 걸어야 도착한다고 이정표에 말해 놓았다. 경사가 꽤 심한 것이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니 쉴 곳이 마땅찮다. 하지만 암봉 구간은 군데군데 로프를 매어 놓아 오르기 쉽게 해 놓았다.
다행인 것은 숲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송림과 참나무가 강한 햇빛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15분 정도를 헉헉거리며 오르자 왼편에 얼음골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폭포는 주말이나 휴일만 가동을 하고 평상시에는 펌프를 작동하지 않는단다. 펌프가 무려 300마력이란다.
숲길은 좀체 평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이런 법은 없다. 95%가 오르막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타나는 5%의 평지가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30분을 더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돌탑이 있다. 긴 된비알을 오른 산꾼들의 휴식법일까. 배낭을 벗고 땀에 젖은 온몸을 숲향에 내다말렸다.
돌탑에서 해월봉까지는 15분이 더 걸렸다. 어디선가 알싸한 산더덕 냄새가 나는 듯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묘한 심리적 위안을 준다. 점점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든다. 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나눠 가지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 속에 시야가 탁 트인 사람은 환상의 공간을 걷는 황홀감에 사로잡힌다.
정상석이 없어 이정표 하나가 해월봉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리 중요치 않다. 정상 조망이 변변찮아도 개의치 않는다. 숲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구리봉은 해월봉에서 지척이다.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을 외면하고 리본이 많이 달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15분만 걸으면 구리봉이다. 구리봉엔 무덤이 하나 있다. 등산로 주변엔 단풍취가 생생한 녹색을 자랑하고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같이 생겼다고 단풍취라 부른다.
약초꾼들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고사리도 한껏 잎을 펼쳤다. 비비추는 잎을 대여섯 장씩 달고 곧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숲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산소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인간들의 폐부에 좋은 공기를 제공한다. 숲에서 받은 선물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무덤이 있는 구리봉에서는 이정표를 잘 찾아 원구리 쪽으로 가야 한다. 능선이 발달한 우측으로 잘못 간다면 자칫 포항 북구 상옥마을로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구리봉에서 원구리 이정표까지는 환상적인 숲길이 23분 동안 이어진다. 얼음골로 하산하는 왼쪽 원구리 하산로가 C코스다.
이정표를 지나 도등기 갈림길로 간다. 또 한번 불어오는 더덕 향을 도저히 참지 못해 잠시 심마니가 되었다. 더덕은 통통한 암더덕과 길쭉한 수더덕이 한 구덩이에서 금실을 나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2개가 한 구덩이에 있었다. 부부 더덕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17분 만에 진흥사로 하산할 수 있는 도등기 갈림길에 도착했다. 얼음골까지는 3㎞다. 계곡 물에 얼른 발을 담그고 싶다면 이곳에서 200미터 떨어진 산장에서 목을 축이고 하산하면 되겠다. 한국 10대 오지마을 방면에 있는 산장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산채비빔밥과 자연산 표고버섯을 판다고 안내해 놓았다.
진행해야 하는 방면은 이정표에 없다. 가던 능선 길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길은 조금 좁아지지만 한적한 맛이 있다. 우산나물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산꾼을 반긴다.
도등기 갈림길에서 541봉에 오르면 내리막길에서 왼편으로 난 등산로는 학소대로 바로 이어지지만 쉽게 찾기 어렵다. 포항산악회의 시경계종주 리본과 부산일보 리본을 따라 계속 가면 1시간 10분쯤 걸려 456봉에 도착한다. 456봉부터는 고도가 뚝 떨어진다.
456봉에서 17분을 더 내려가면 앞쪽에 도로가 언뜻언뜻 보인다. 그대로 진행하면 도로를 만드느라 생긴 벼랑이다. 진행 방향 왼쪽에 리본이 있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밭둔덕을 지나면 도로를 만나는데 옥계계곡과 합류하는 골짜기다. 조교라 이름 붙은 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바데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옥녀봉의 기암절경과 크고 작은 계곡의 소를 높은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침수정이 보이는 옥계계곡에서 등산화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너무 맑은 물에 지친 발을 담그기가 좀 미안했다. 유리알 같은 물줄기는 발가락을 한번 간질이고 동해로 흘러간다. 명경지수에 한참을 앉아 겁 없이 덤벼대는 갈겨니를 바라봤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발이 시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인간세상의 복잡한 구분법은 산 아래 서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무색해진다. 산은 경계도 구분도 없이 능선에 봉우리를 세웠고, 그 사이 골짜기를 새겨 맑은 물을 흘러내리고 있다. 기암절벽과 너덜겅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이상기후를 만들었는데 이른바 얼음골이다. 밀양에만 얼음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송에도 얼음골이 있다.
서로 오백 미터 떨어져 있는 해월봉과 구리봉 산행은 청송 얼음골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돌탑~해월봉~구리봉~원구리 갈림길~도등기 갈림길~456봉~조교~옥녀봉~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 8.5㎞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A코스라 하자.
B코스는 도등기 갈림길에서 진흥사로 내려서는 코스이고, 짧게 얼음골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C코스는 원구리 갈림길에서 바로 얼음골로 내려가는 코스다. C코스는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해 가족 산행지로도 좋다.
청송 얼음골은 옥계계곡 상류에 있다. 얼음골 바로 옆에는 높이 62m의 인공폭포가 장쾌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청송군에서 지난 1999년 만든 것인데 2011년 세계빙벽등반대회를 연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비록 인공의 것이지만,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얼음골 주차장 건너편에는 석빙고 속에서 얼음골 약수가 콸콸 쏟아진다. 출입이 금지된 약수터 뒤편 계곡이 얼음골이다. 냉장고 속에 들어온 양 시원하다. 섭씨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데 관리인이 들춰 준 낙엽 밑에는 이미 살얼음이 끼었다. 물 한 병 가득 담아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장 해월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만든 목책을 벗 삼아 3분쯤 걷다가 능선에 붙는다.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의 최고 봉우리인 해월봉이 첫 목표지점이다 보니 오르막이 간단치 않다. 1.5㎞인데 50분을 걸어야 도착한다고 이정표에 말해 놓았다. 경사가 꽤 심한 것이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니 쉴 곳이 마땅찮다. 하지만 암봉 구간은 군데군데 로프를 매어 놓아 오르기 쉽게 해 놓았다.
다행인 것은 숲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송림과 참나무가 강한 햇빛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15분 정도를 헉헉거리며 오르자 왼편에 얼음골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폭포는 주말이나 휴일만 가동을 하고 평상시에는 펌프를 작동하지 않는단다. 펌프가 무려 300마력이란다.
숲길은 좀체 평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이런 법은 없다. 95%가 오르막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타나는 5%의 평지가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30분을 더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돌탑이 있다. 긴 된비알을 오른 산꾼들의 휴식법일까. 배낭을 벗고 땀에 젖은 온몸을 숲향에 내다말렸다.
돌탑에서 해월봉까지는 15분이 더 걸렸다. 어디선가 알싸한 산더덕 냄새가 나는 듯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묘한 심리적 위안을 준다. 점점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든다. 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나눠 가지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 속에 시야가 탁 트인 사람은 환상의 공간을 걷는 황홀감에 사로잡힌다.
정상석이 없어 이정표 하나가 해월봉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리 중요치 않다. 정상 조망이 변변찮아도 개의치 않는다. 숲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구리봉은 해월봉에서 지척이다.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을 외면하고 리본이 많이 달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15분만 걸으면 구리봉이다. 구리봉엔 무덤이 하나 있다. 등산로 주변엔 단풍취가 생생한 녹색을 자랑하고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같이 생겼다고 단풍취라 부른다.
약초꾼들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고사리도 한껏 잎을 펼쳤다. 비비추는 잎을 대여섯 장씩 달고 곧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숲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산소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인간들의 폐부에 좋은 공기를 제공한다. 숲에서 받은 선물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무덤이 있는 구리봉에서는 이정표를 잘 찾아 원구리 쪽으로 가야 한다. 능선이 발달한 우측으로 잘못 간다면 자칫 포항 북구 상옥마을로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구리봉에서 원구리 이정표까지는 환상적인 숲길이 23분 동안 이어진다. 얼음골로 하산하는 왼쪽 원구리 하산로가 C코스다.
이정표를 지나 도등기 갈림길로 간다. 또 한번 불어오는 더덕 향을 도저히 참지 못해 잠시 심마니가 되었다. 더덕은 통통한 암더덕과 길쭉한 수더덕이 한 구덩이에서 금실을 나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2개가 한 구덩이에 있었다. 부부 더덕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17분 만에 진흥사로 하산할 수 있는 도등기 갈림길에 도착했다. 얼음골까지는 3㎞다. 계곡 물에 얼른 발을 담그고 싶다면 이곳에서 200미터 떨어진 산장에서 목을 축이고 하산하면 되겠다. 한국 10대 오지마을 방면에 있는 산장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산채비빔밥과 자연산 표고버섯을 판다고 안내해 놓았다.
진행해야 하는 방면은 이정표에 없다. 가던 능선 길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길은 조금 좁아지지만 한적한 맛이 있다. 우산나물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산꾼을 반긴다.
도등기 갈림길에서 541봉에 오르면 내리막길에서 왼편으로 난 등산로는 학소대로 바로 이어지지만 쉽게 찾기 어렵다. 포항산악회의 시경계종주 리본과 부산일보 리본을 따라 계속 가면 1시간 10분쯤 걸려 456봉에 도착한다. 456봉부터는 고도가 뚝 떨어진다.
456봉에서 17분을 더 내려가면 앞쪽에 도로가 언뜻언뜻 보인다. 그대로 진행하면 도로를 만드느라 생긴 벼랑이다. 진행 방향 왼쪽에 리본이 있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밭둔덕을 지나면 도로를 만나는데 옥계계곡과 합류하는 골짜기다. 조교라 이름 붙은 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바데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옥녀봉의 기암절경과 크고 작은 계곡의 소를 높은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침수정이 보이는 옥계계곡에서 등산화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너무 맑은 물에 지친 발을 담그기가 좀 미안했다. 유리알 같은 물줄기는 발가락을 한번 간질이고 동해로 흘러간다. 명경지수에 한참을 앉아 겁 없이 덤벼대는 갈겨니를 바라봤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발이 시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산은 스스로를 편 가르지 않으나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때묻지 않은 청정 물길이어서 이름도 '옥구슬물길'인 옥계계곡을 품고 있는 경북 청송 해월봉(610m)과 구리봉(595m)을 다녀왔다. 영덕 달산면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영덕이란 지명을 앞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행정구역상 두 봉우리는 청송 부동면에 속해 있다.
인간세상의 복잡한 구분법은 산 아래 서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무색해진다. 산은 경계도 구분도 없이 능선에 봉우리를 세웠고, 그 사이 골짜기를 새겨 맑은 물을 흘러내리고 있다. 기암절벽과 너덜겅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이상기후를 만들었는데 이른바 얼음골이다. 밀양에만 얼음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송에도 얼음골이 있다.
서로 오백 미터 떨어져 있는 해월봉과 구리봉 산행은 청송 얼음골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돌탑~해월봉~구리봉~원구리 갈림길~도등기 갈림길~456봉~조교~옥녀봉~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 8.5㎞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A코스라 하자.
B코스는 도등기 갈림길에서 진흥사로 내려서는 코스이고, 짧게 얼음골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C코스는 원구리 갈림길에서 바로 얼음골로 내려가는 코스다. C코스는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해 가족 산행지로도 좋다.
청송 얼음골은 옥계계곡 상류에 있다. 얼음골 바로 옆에는 높이 62m의 인공폭포가 장쾌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청송군에서 지난 1999년 만든 것인데 2011년 세계빙벽등반대회를 연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비록 인공의 것이지만,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얼음골 주차장 건너편에는 석빙고 속에서 얼음골 약수가 콸콸 쏟아진다. 출입이 금지된 약수터 뒤편 계곡이 얼음골이다. 냉장고 속에 들어온 양 시원하다. 섭씨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데 관리인이 들춰 준 낙엽 밑에는 이미 살얼음이 끼었다. 물 한 병 가득 담아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장 해월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만든 목책을 벗 삼아 3분쯤 걷다가 능선에 붙는다.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의 최고 봉우리인 해월봉이 첫 목표지점이다 보니 오르막이 간단치 않다. 1.5㎞인데 50분을 걸어야 도착한다고 이정표에 말해 놓았다. 경사가 꽤 심한 것이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니 쉴 곳이 마땅찮다. 하지만 암봉 구간은 군데군데 로프를 매어 놓아 오르기 쉽게 해 놓았다.
다행인 것은 숲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송림과 참나무가 강한 햇빛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15분 정도를 헉헉거리며 오르자 왼편에 얼음골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폭포는 주말이나 휴일만 가동을 하고 평상시에는 펌프를 작동하지 않는단다. 펌프가 무려 300마력이란다.
숲길은 좀체 평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이런 법은 없다. 95%가 오르막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타나는 5%의 평지가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30분을 더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돌탑이 있다. 긴 된비알을 오른 산꾼들의 휴식법일까. 배낭을 벗고 땀에 젖은 온몸을 숲향에 내다말렸다.
돌탑에서 해월봉까지는 15분이 더 걸렸다. 어디선가 알싸한 산더덕 냄새가 나는 듯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묘한 심리적 위안을 준다. 점점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든다. 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나눠 가지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 속에 시야가 탁 트인 사람은 환상의 공간을 걷는 황홀감에 사로잡힌다.
정상석이 없어 이정표 하나가 해월봉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리 중요치 않다. 정상 조망이 변변찮아도 개의치 않는다. 숲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구리봉은 해월봉에서 지척이다.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을 외면하고 리본이 많이 달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15분만 걸으면 구리봉이다. 구리봉엔 무덤이 하나 있다. 등산로 주변엔 단풍취가 생생한 녹색을 자랑하고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같이 생겼다고 단풍취라 부른다.
약초꾼들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고사리도 한껏 잎을 펼쳤다. 비비추는 잎을 대여섯 장씩 달고 곧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숲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산소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인간들의 폐부에 좋은 공기를 제공한다. 숲에서 받은 선물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무덤이 있는 구리봉에서는 이정표를 잘 찾아 원구리 쪽으로 가야 한다. 능선이 발달한 우측으로 잘못 간다면 자칫 포항 북구 상옥마을로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구리봉에서 원구리 이정표까지는 환상적인 숲길이 23분 동안 이어진다. 얼음골로 하산하는 왼쪽 원구리 하산로가 C코스다.
이정표를 지나 도등기 갈림길로 간다. 또 한번 불어오는 더덕 향을 도저히 참지 못해 잠시 심마니가 되었다. 더덕은 통통한 암더덕과 길쭉한 수더덕이 한 구덩이에서 금실을 나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2개가 한 구덩이에 있었다. 부부 더덕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17분 만에 진흥사로 하산할 수 있는 도등기 갈림길에 도착했다. 얼음골까지는 3㎞다. 계곡 물에 얼른 발을 담그고 싶다면 이곳에서 200미터 떨어진 산장에서 목을 축이고 하산하면 되겠다. 한국 10대 오지마을 방면에 있는 산장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산채비빔밥과 자연산 표고버섯을 판다고 안내해 놓았다.
진행해야 하는 방면은 이정표에 없다. 가던 능선 길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길은 조금 좁아지지만 한적한 맛이 있다. 우산나물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산꾼을 반긴다.
도등기 갈림길에서 541봉에 오르면 내리막길에서 왼편으로 난 등산로는 학소대로 바로 이어지지만 쉽게 찾기 어렵다. 포항산악회의 시경계종주 리본과 부산일보 리본을 따라 계속 가면 1시간 10분쯤 걸려 456봉에 도착한다. 456봉부터는 고도가 뚝 떨어진다.
456봉에서 17분을 더 내려가면 앞쪽에 도로가 언뜻언뜻 보인다. 그대로 진행하면 도로를 만드느라 생긴 벼랑이다. 진행 방향 왼쪽에 리본이 있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밭둔덕을 지나면 도로를 만나는데 옥계계곡과 합류하는 골짜기다. 조교라 이름 붙은 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바데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옥녀봉의 기암절경과 크고 작은 계곡의 소를 높은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침수정이 보이는 옥계계곡에서 등산화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너무 맑은 물에 지친 발을 담그기가 좀 미안했다. 유리알 같은 물줄기는 발가락을 한번 간질이고 동해로 흘러간다. 명경지수에 한참을 앉아 겁 없이 덤벼대는 갈겨니를 바라봤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발이 시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인간세상의 복잡한 구분법은 산 아래 서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무색해진다. 산은 경계도 구분도 없이 능선에 봉우리를 세웠고, 그 사이 골짜기를 새겨 맑은 물을 흘러내리고 있다. 기암절벽과 너덜겅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이상기후를 만들었는데 이른바 얼음골이다. 밀양에만 얼음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청송에도 얼음골이 있다.
서로 오백 미터 떨어져 있는 해월봉과 구리봉 산행은 청송 얼음골에서 시작하여 징검다리~돌탑~해월봉~구리봉~원구리 갈림길~도등기 갈림길~456봉~조교~옥녀봉~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 8.5㎞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A코스라 하자.
B코스는 도등기 갈림길에서 진흥사로 내려서는 코스이고, 짧게 얼음골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C코스는 원구리 갈림길에서 바로 얼음골로 내려가는 코스다. C코스는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해 가족 산행지로도 좋다.
청송 얼음골은 옥계계곡 상류에 있다. 얼음골 바로 옆에는 높이 62m의 인공폭포가 장쾌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청송군에서 지난 1999년 만든 것인데 2011년 세계빙벽등반대회를 연다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비록 인공의 것이지만,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얼음골 주차장 건너편에는 석빙고 속에서 얼음골 약수가 콸콸 쏟아진다. 출입이 금지된 약수터 뒤편 계곡이 얼음골이다. 냉장고 속에 들어온 양 시원하다. 섭씨 32도가 넘으면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데 관리인이 들춰 준 낙엽 밑에는 이미 살얼음이 끼었다. 물 한 병 가득 담아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장 해월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만든 목책을 벗 삼아 3분쯤 걷다가 능선에 붙는다.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의 최고 봉우리인 해월봉이 첫 목표지점이다 보니 오르막이 간단치 않다. 1.5㎞인데 50분을 걸어야 도착한다고 이정표에 말해 놓았다. 경사가 꽤 심한 것이다. 산줄기를 따라 오르니 쉴 곳이 마땅찮다. 하지만 암봉 구간은 군데군데 로프를 매어 놓아 오르기 쉽게 해 놓았다.
다행인 것은 숲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송림과 참나무가 강한 햇빛을 가려준다는 것이다. 15분 정도를 헉헉거리며 오르자 왼편에 얼음골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가 있다. 폭포는 주말이나 휴일만 가동을 하고 평상시에는 펌프를 작동하지 않는단다. 펌프가 무려 300마력이란다.
숲길은 좀체 평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끝까지 이런 법은 없다. 95%가 오르막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타나는 5%의 평지가 산행을 가능하게 한다. 30분을 더 걸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돌탑이 있다. 긴 된비알을 오른 산꾼들의 휴식법일까. 배낭을 벗고 땀에 젖은 온몸을 숲향에 내다말렸다.
돌탑에서 해월봉까지는 15분이 더 걸렸다. 어디선가 알싸한 산더덕 냄새가 나는 듯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묘한 심리적 위안을 준다. 점점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든다. 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나눠 가지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 속에 시야가 탁 트인 사람은 환상의 공간을 걷는 황홀감에 사로잡힌다.
정상석이 없어 이정표 하나가 해월봉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그리 중요치 않다. 정상 조망이 변변찮아도 개의치 않는다. 숲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구리봉은 해월봉에서 지척이다.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아님' 표지판을 외면하고 리본이 많이 달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15분만 걸으면 구리봉이다. 구리봉엔 무덤이 하나 있다. 등산로 주변엔 단풍취가 생생한 녹색을 자랑하고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같이 생겼다고 단풍취라 부른다.
약초꾼들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고사리도 한껏 잎을 펼쳤다. 비비추는 잎을 대여섯 장씩 달고 곧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숲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산소를 끊임없이 뿜어내고 인간들의 폐부에 좋은 공기를 제공한다. 숲에서 받은 선물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무덤이 있는 구리봉에서는 이정표를 잘 찾아 원구리 쪽으로 가야 한다. 능선이 발달한 우측으로 잘못 간다면 자칫 포항 북구 상옥마을로 빠지니 주의해야 한다.
이정표만 따라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구리봉에서 원구리 이정표까지는 환상적인 숲길이 23분 동안 이어진다. 얼음골로 하산하는 왼쪽 원구리 하산로가 C코스다.
이정표를 지나 도등기 갈림길로 간다. 또 한번 불어오는 더덕 향을 도저히 참지 못해 잠시 심마니가 되었다. 더덕은 통통한 암더덕과 길쭉한 수더덕이 한 구덩이에서 금실을 나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2개가 한 구덩이에 있었다. 부부 더덕을 발견하고 의기양양해 한다.
17분 만에 진흥사로 하산할 수 있는 도등기 갈림길에 도착했다. 얼음골까지는 3㎞다. 계곡 물에 얼른 발을 담그고 싶다면 이곳에서 200미터 떨어진 산장에서 목을 축이고 하산하면 되겠다. 한국 10대 오지마을 방면에 있는 산장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산채비빔밥과 자연산 표고버섯을 판다고 안내해 놓았다.
진행해야 하는 방면은 이정표에 없다. 가던 능선 길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길은 조금 좁아지지만 한적한 맛이 있다. 우산나물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산꾼을 반긴다.
도등기 갈림길에서 541봉에 오르면 내리막길에서 왼편으로 난 등산로는 학소대로 바로 이어지지만 쉽게 찾기 어렵다. 포항산악회의 시경계종주 리본과 부산일보 리본을 따라 계속 가면 1시간 10분쯤 걸려 456봉에 도착한다. 456봉부터는 고도가 뚝 떨어진다.
456봉에서 17분을 더 내려가면 앞쪽에 도로가 언뜻언뜻 보인다. 그대로 진행하면 도로를 만드느라 생긴 벼랑이다. 진행 방향 왼쪽에 리본이 있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밭둔덕을 지나면 도로를 만나는데 옥계계곡과 합류하는 골짜기다. 조교라 이름 붙은 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바데산 등산로 입구가 있다. 옥녀봉의 기암절경과 크고 작은 계곡의 소를 높은 다리 위에서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침수정이 보이는 옥계계곡에서 등산화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너무 맑은 물에 지친 발을 담그기가 좀 미안했다. 유리알 같은 물줄기는 발가락을 한번 간질이고 동해로 흘러간다. 명경지수에 한참을 앉아 겁 없이 덤벼대는 갈겨니를 바라봤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발이 시려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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